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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 - 마네킹

마네킹

도시는 유리벽으로 욕망을 흔든다
기술 면허를 입고 고체로 굳어진 지 오래
눈을 감아본 적 없어
불 꺼진 밤에도 눕지 못하는 운명
화려한 쇼윈도 생활이 그렇다지만
마구 벗겨져 팔을 빼고 다리를 빼고
날마다 능지처참이다
곰이라도 되어 백 일 간 마늘만 먹는 꿈을 꾼다
그러나 아무리 나를 버려도
다시 나로 되돌아오는 거만한 부활이 슬프다
작은 풀꽃 앞에서라도 조아리면 유연해지려나
유리 밖
유행은 늙어 세상을 떠도는데
나는 늙지도 못한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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