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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 - 사라지는 왕국

 

사라지는 왕국

벗어나고픈 과거에 붙잡힌 것처럼
꽁꽁 묶인 당신
편한 세상으로 가셨다더니
겨우 1미터 땅속이었나요
거기서는 또 무슨사연으로
뼈만 앙상하게 남으셨나요
살아서나 죽어서나
가슴이 썩어 문드러지는 건
매한가지군요 시간의 흐름을 잊고
뼈와 살을 발라내는 진짜 고통을 이겨낸 당신
살아서 고통은 고통도 아니라고
견딜 만하거든 그냥 참고 살라네요
미래로 가는 나의 옛길이 될
만삭의 어머니 뱃속 같은 곳으로 돌아가면
영원한 안식인 줄 알았지요
그러나
뼈가 삭는 아픔까지 견뎌야
무無의 경지에 이른다니
솔바람 한 줌의 환생이 참으로 어렵군요
살아 있는 자들의 두려움인가요
그리움마저 지우는
굴착기 소리가 산을 울리네요

 

 

-시인 손지안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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