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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 - 계좌이체

 

 

계좌이체

"우째 빈손으로 가겠노? 거기도 돈 없으마 안 될 낀데... "
통곡으로 마지막 인사를 마친 미망인이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콧물을 훔치며 꼬깃꼬깃 구겨진 천 원짜리 몇 장을 펴 고인의 가슴 매듭에 걸자

쭈뼛쭈뼛 서 있던 두 아들이 만 원짜리 두 장이 혹시나 붙었을까 손가락에 침을 묻혀 가며 한 장을 빼더니 어머니를 따라 한다

금이었고 옥이었던 자식들과 처마 밑 시래기를 널어 말리며 함께 늙어온 아내를 두고 마지막 용돈을 받은 이분은 그 돈으로 무언을 하실까

만 원에 떨리던 두 아들의 손과 미앙인의 손톱 밑에 낀 흑 때를 바라보며 고인은 말없이 계좌이체를 하고 계신다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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